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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유디치과 김종훈] 인터뷰

 

[유디치과 김종훈] 인터뷰

 

“돈 없는 사람들에게 의료혜택 줄 겁니다”
 한 치과의사의 ‘치과 전쟁’  ‘무료 스케일링’ ‘반값 임플란트 시술’

 

 

 

치과업계가 떠들썩하다. 대한치과의사협회와 유디치과 그룹의 싸움 때문이다.유디치과의 반값 인플란트 시술이 도마에 올랐다.
치과의사협회는 이 치과를 퇴출해야 한다고 몰아붙인다.값싼 의료비로 환자를 유인해놓고 부실한 진료로 기망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유디치과 그룹은 기존의 치과의사들이 높은 수익을 올리던 임플란트 비용을 낮춘데 따른 보복이라고 억울해한다. 의료 소비자들로서는 어리둥절해할 일이다. 과연 누가 진실일까?
 
“다른 치과보다 임플란트 비용을 싸게 받는다고 대한치과의사협회가 이렇게 괴롭혀도 됩니까? 치과의사협회는 당장 밥그릇 싸움을 중단하고 의료인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길 바랍니다.”
 
국내에 119개의 지점을 거느린 유명 치과 네트워크 유디치과 그룹의 김종훈 대표원장은 얼마 전 한 TV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발암물질이 든 치아 보철물 사용 논란에 휩싸여 큰 곤욕을 치렀다. 유디치과가 사용하는 치아 보철물에 발암물질인 베릴륨이 기준치 이상 들었다는 보도 탓이다. 보도가 나오자 대한치과의사협회 등 일반 치과업계가 기다렸다는 듯 유디치과를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김 원장은 발암물질 논란은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에 나온 발암물질 논란은 본질이 아니며 유디치과를 공격하는 이유는 다른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요즘 임플란트 시술은 의료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환자들은 보통 치아 하나당 수백만 원의 비용을 치러야 한다. 하지만 유디치과는 그동안 일반 치과보다 30~50%가량 싼 80만~120만원에 임플란트를 시술해왔다. 환자들은 자연히 유디치과를 더 찾게 됐고, 일반 치과는 이에 위협을 느껴왔다는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유디치과 그룹의 김 원장은 이 싸움이 한두 해도 아닌 20년 가까운 싸움이었다고 말한다. 1992년 그는 전북대 치대를 졸업하고 서울 신사동에 ‘성신치과’라는 이름으로 처음 병원을 열었다. 지방대 출신이 강남 한복판에 개원을 한다고 하자 주변의 선배들은 그를 말렸다. 하지만 그는 나름대로 복안이 있었다. 치과의사들이 받는 진료비에 거품이 많아 자신이 조금만 이익을 줄이면 박리다매가 통하리라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대학 시절부터 꿈꿔왔던, 가난한 사람을 돕는 재원을 마련하는 데도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치과의사가 되어 가난한 사람을 돕겠다
 
“큰 모험이었지요. 보통 지방대 출신들은 서울에 병원 내기가 쉽지 않아요. 보이지 않는 텃세가 있어요. 그래서 수도권이나 강북에서 시작해서 병원을 키우고 난 뒤에 강남으로 이전하는 관례가 있었죠. 하지만 전 생각이 달랐어요.”
 
병원 문을 연 김 원장은 얼마 후 인근 지역 치과병원장을 초대해 개업인사를 했는데 이내 높은 벽을 실감했다. 지역 치과의사들이 그를 보는 시선은 의외로 싸늘했다.
 
“을지병원 뒤편 한 유명한 냉면집에서 개업인사차 식사를 했어요. 서울지역 치과 원장 30여 명을 초대한 자리였죠. 처음엔 분위기가 좋았어요. 선배 원장들이 격의 없이 대하면서 조언도 해주었어요. 그런데 한 분이 ‘김 원장은 몇 학번이지?’라고 묻는 거예요. 제가 ‘전북대 치대 몇 학번’이라고 대답했더니 순간 분위기가 싹 달라졌어요. 아마도 그분들은 저를 서울에 있는 대학을 졸업한 자신들의 모교 후배쯤으로 생각했나 봐요. 제게 학번을 물어봤던 원장님도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아무런 말씀이 없었고, 다른 분들도 식사를 마친 뒤 서둘러 식당을 떠나더라고요.”
 
지방대 출신 풋내기 치과의사의 ‘멋 모르는 행동’은 금방 입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정작 그가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김 원장이 병원 개원 이후 ‘무료 스케일링’을 내세웠는데, 이를 계속 이어나갔기 때문이다. 치과의사들이 개업 후 병원을 홍보하려고 단기간 무료 스케일링을 하는 경우는 있지만 그처럼 지속적으로 하는 일은 드물었다. 다른 치과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제가 무료 스케일링을 고집한 이유는 1980년대, 학생 시절에 농촌 의료봉사를 하면서 느낀 점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돈이 없는 분들에게 스케일링 정도는 무료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지요. 더구나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을 하면 구강질환을 95%까지 예방한다는 연구 보고도 있어요. 스케일링을 공짜로 해준다고 해서 치과가 망하진 않고요.”
 
김 원장은 무료 스케일링과 더불어 나중에 병원에 전신마취 수술실도 열었다. 당시만 해도 갓 대학을 졸업한 치과의사가 개원의로 나서면서 전신마취 수술을 하는 사례는 드문 일이었다고 한다. 개원의사는 단순한 구강질환 치료 중심이었고 전신마취가 필요한 큰 수술은 대형 병원의 몫으로 분류되었다.
 
“전신마취 수술은 제가 할 수 있는 치료 영역이었을 뿐 돈을 벌려는 뜻은 아니었어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전신마취 수술을 해야 할 경우도 있는데 이를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려고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고 장비를 도입했습니다.”
 
김 원장은 치과를 운영하면서 다른 이유로도 주변 치과로부터 수차례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성신치과가 책정한 진료비가 너무 낮다는 이유에서였다.
 
“저도 부자들에게는 제대로 치료비를 받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난한 분들에게 진료비를 모두 내라는 얘기를 못하는 성격이에요. 그분들 형편을 고려해서 치료비를 싸게 받는 경우가 많았지요. 그런데 그런 일들이 소문이 난 거예요. 주변 치과 원장님들은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지요. 제가 스케일링 비용도 안 받는 데다 다른 치료비도 제 마음대로 깎아줬으니, 환자들 뺏긴다는 피해의식도 있었겠죠. 그래도 어떡합니까? 저는 제 원칙과 소신을 저버리면서 치과의사로 일하고 싶진 않거든요.”
 
   개원 6년 만에 5개 지점 설립
 
김 원장은 어릴 적부터 가난으로 힘든 시절을 겪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보면 남의 일로 여기지 않았다. 대학 시절 노동운동에 관심을 기울였던 그는 ‘어려운 사람들과 평생 더불어 살아가고 싶다’는 소신을 세웠고, 치과 개업을 한 뒤로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 차트 한쪽에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세상의 주인이다. 서민을 위한 병원”이라고 써넣었을 정도다.
 
지역 내 일반 치과들의 견제에도 그의 병원은 날로 번창했다.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환자로 병원은 늘 붐볐다. 개원 2년째부터는 도저히 혼자 힘으로는 병원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젊고 실력 있는 의사들을 병원에 영입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서울의 유명 대학 출신 치과의사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 대학 출신들이 현재 치과계의 주류이기도 하지만 일부는 김 원장의 진료 철학과 병원 경영방식에 공감하면서 그와 친분을 유지하기도 했다.
 
“언제부턴가는 오히려 저 같은 지방대 출신 의사들에게 더 서운함이 있어요. 제가 치과의사협회로부터 온갖 공격을 받는데도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우리 병원의 경영방식을 베끼거나 직원을 빼가는 데 열을 올리더군요. 그로 인해 받은 피해가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이 무렵 그는 한 가지 큰 결심을 하게 되었다. 병원을 더 키워가려면 원장인 자신이 진료를 계속하기보다 경영에 전념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때부터 그는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 형태의 치과병원 그룹을 구상했다. 물론 치과병원 프랜차이즈는 1990년대 초반에도 있었다. 성신치과와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예치과가 그런 예다. 예치과는 국내 70여 개의 체인을 거느린 국내 최대 치과 네트워크 그룹 중 하나다.
 
김 원장은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젊은 의사들과 함께 시청과 무교동, 여의도에 지점을 내면서 병원을 확대해나갔다. 그가 개업한 지 6년 만에 병원은 다섯 개로 늘어났다.
 
“우리 병원에는 환자가 늘 넘쳐났어요. 병원을 확장할 때는 환자가 많을 듯한 곳에 병원을 냈거든요. 수요가 있으니 병원은 붐볐습니다. 하지만 빚을 내면서까지 병원을 늘리진 않았죠. 제가 치과의사협회로부터 요주의 대상으로 찍힌 사람이라 늘 조심했지요. 그런데도 병원 설립 이후 20년간 단 한 번도 세무조사를 피해간 적이 없을 정도예요. 올해 초에도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았어요.”
 
1997년 외환위기로 많은 치과가 환자가 줄어 어려움을 겪거나 문을 닫는 경우도 많았지만 성신치과만은 예외였다. 다른 치과들과 달리 탄력적인 의료 비용을 책정했고 빠르고 친절한 진료를 제공한 덕분이라고 그는 말했다.
 
“1998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도 우리 병원은 오히려 환자가 늘었어요. 그때 더욱 자신감을 얻었죠. 5개 지점 원장들과 병원 운영부터 실적 평가, 미래 계획까지 더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나누었어요. 결국 지금까지의 병원 운영방식이 성공적이었고 앞으로도 이를 유지·발전시키자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그리고 대한민국의 치과의사들의 실력이 매우 우수하거든요. 한·중·일 세 나라는 모두 젓가락 문화권에 속하지만 한국 사람들의 손 기술이 유독 좋아 치과 치료가 우수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저희 병원의 진료비 정책에 일일이 간섭하고 시비를 거는 치과의사협회와 더 이상 다투기보다 해외에 진출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보자는 생각에까지 미치게 됐어요.”
 
그때 미국 진출을 결심한 김 원장은 성신치과의 이름부터 바꾸기로 했다. 해외에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이름이 필요한듯했다. 김원장은 닷컴기업 열풍이 불어닥치면서 유명해진 AOL(America on Line)의 이름에서 힌트를 얻어 유나이티드 덴탈 라인(United Dental Line), 유나이티드 드림(United Dream)이라는 이름을 떠올렸다.의사들과 오랫동안 고민한 결과 두가지 이름이 모두 발음하기가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결국 유나이티드 덴탈 라인의 이니셜을 따서 ‘유디치과’로 하자고 의견이모였다.
 
병원의 규모가 커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김 원장은 경영의 효율화를 더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김 원장은 치아 보철물의 구매방식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그는 1995년 강남 지점을 내면서 병원 안에 작은 기공소를 함께 운영했다. 일반 치과에서 거래하는 기공소에서는 치아 보철물을 원하는 시간에 제때 납품받기가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품질이 좋은 보철물을 만드는 기공소에는 항상 주문이 밀려 시간을 맞추기 어려웠고, 신속하게 보철물을 납품해주는 기공소는 품질이 떨어졌다.
 
   기공소와 직원들에게 ‘인센티브제’ 적용
 
2007년에는 서울 독산동 등 세 곳에 기공소를 세워 직영체제 하에 두었다. 유디치과가 부동산·기구·장비·재료를 공급해주고 기공사는 보철물을 만들어 유디치과에 납품하는 방식을 택했다. 기공사의 보수는 자신이 만드는 수량에 따라 지급하는 인센티브제를 적용하고 있다.
 
“전문화·세분화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기공사는 오로지 치과에서 필요한 골드크라운이나 포세린 등 보철물을 제작하면 됩니다. 유디치과가 직영하는 기공소에서는 기공사가 허드렛일을 할 필요가 없어요. 그 시간에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시간을 투자하고 있어요. 치과의사협회가 유디치과 기공소는 무면허 의료기사를 썼다고 주장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하지만 기공사가 자신이 제작하는 보철물의 수량만큼 보수를 받는다면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많은 돈을 벌려고 작업시간을 늘리거나 그로 인해 기공사 자신이 건강을 해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원장은 인센티브제에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오랫동안 연구 끝에 내린 결론입니다. 기공소 인센티브 제도는 기공사와 병원이 서로 윈윈하는 시스템입니다. 좋은 실력을 갖췄지만 자본이 없어 기공소를 운영하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거든요. 우리는 그들에게 자본을 대주고 보철물 제작을 맡기는 겁니다. 당연히 좋은 제품이 나옵니다. 그 좋은 제품을 치과에서 의사가 사용하면 환자도 만족합니다. 환자의 입소문을 통해 유디치과는 더욱 많은 환자를 얻는 거죠. 결국 병원이 발전하고 기공사는 더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생각해보세요. 유디치과가 돈벌기에 급급해 기공사에게 품질이 떨어져도좋으니 무조건 많이만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결국 병원은 문을닫게 마련입니다. 유디치과 의사들은 부실한 보철물을 만든 기공사와는 다시 거래하지않습니다.”
 
그는 유디치과의 가장 큰 성공 비결이 바로 ‘인센티브제’라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1999년쯤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여러 지점 중에서도 특히 여의도 지점에 환자가 많았거든요. 진료대가 30개나 됐고 직원은 40명이 넘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그중 한 직원이 정말 열심히 일하더군요. 환자들에게 무척 친절해서 단골이 된 환자들이 많이 생길 정도였어요. 병원 일도 잘해서 의사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하루는 그 직원을 불러 뭔가 보답을 해주고 싶은데, 무엇을 바라느냐고 물어봤어요. 뭔가 선물을 주려고 했는데 그가 뜻밖에 돈으로 줄 수 없느냐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월급 말고 돈을 더 주었는데 나중에 그것이 다른 직원들에게 알려져 난리가 났어요. 똑같이 고생하는데, 왜 누구는 돈을 더 주느냐는 거죠. 결국 그 직원은 동료들의 시기와 질투를 견디지 못해 병원을 떠났어요. 저로서는 정말 아쉬운 일이었죠. 그때 제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새로운 제도를 만들었어요. 새로운 연봉체계를 만든 거죠. 아예 인센티브제를 적용해 환자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에게 보수를 더 주는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김 원장은 직원의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을 공개하진 않았다. “영업 기밀에 속한다”고 그가 말했다.
 
“원장이나 의사가 실력이 있다고 병원이 잘될 것 같아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병원도 조직이거든요. 의사와 치과위생사, 간호조무사 등이 하나로 뭉쳐 열심히 환자를 돌봐야 좋은 평을 얻습니다. 병원이 문을 닫는 경우는 대부분 인력 관리에 실패한 탓입니다.”
 
   치과위생사의 치료 영역 존중해줘야
 
김 원장은 그동안 병원의 전문화와 세분화에 관심을 쏟아왔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유디치과가 전국에 119개의 지점을 거느릴 정도로 급성장했다고 본다. 무엇보다 그는 병원을 늘려가면서 치과위생사의 역할을 중요시했다. 미국의 경우 치과위생사의 독립적인 치료 영역이 존재하는데 우리 병원들은 그들을 홀대해왔다고 그가 말했다.
 
치과위생사는 치과의사의 진료와 치료를 보조해 구강 관련 질환을 치료하고 구강 관리를 안내한다. 또 환자의 구강 상태를 간단히 검진하여 치과위생에 필요한 방사선 촬영을 하며, 구강 내 검사, 진단, 교정을 하고 치아를 뽑거나 수술할 때 의사를 돕는다. 치과위생사가 되려면 초급대학이나 종합대학에서 3~4년간 치위생학을 전공해야 하고 국가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치과위생사가 환자를 치료할 때 의사가 개입하는 일이 없습니다. 만약 위생사가 환자를 돌보는데 의사가 이래라저래라 하면 위생사에게 당장 항의를 받아요. 미국 치과계에서는 위생사의 치료 영역을 인정하고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유디치과에서는 치과위생사가 기구 소독이나 세척, 청소를 하지 않아요. 그런 잡일을 하는 사람을 따로 고용합니다.”
 
치과위생사의 역할이 커지다 보니 병원의 진료 절차도 확 바뀌었다. 김 원장은 환자가 병원에 와서 진료를 기다리는 것은 대단히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래서 유디치과에서는 치과위생사가 1차 진료를 하고 그다음에 의사가 2차 진료를 하도록 한다. 의사가 처방전을 내리면 간단한 시술은 치과위생사가 한다. 일반 치과에서는 의사가 모든 치료를 도맡아 하거나 치과위생사와 치료를 분담하는 것과는 차이가 난다.
 
   의사나 환자나 유디치과에 만족
 
“치과위생사가 많이 있는데 왜 환자를 기다리게 합니까? 기술적으로도 치과위생사는 의사보다 치료 기술이 나은 경우가 많습니다. 의사는 대학에서 많은 질환을 연구하지만, 치과위생사는 치료 기술을 집중적으로 익힌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치과의사협회는 유디치과의 이런 진료 절차에 대해 위임진료를 한다, 의사가 위생사의 지시를 받는다고 매도합니다. 의사가 모든 치료를 다해야 한다면 정부나 치과계에서 왜 치과위생사를 만들었겠습니까?”
 
김 원장이 추구하는 치과병원의 전문화와 세분화는 기공사와 치과위생사는 물론이고 의사와 행정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적용된다.
 
“의사는 세미나에 참석하고 엑스선을 보면서 최신 고급의료 기술을 연구해야 합니다. 환자와 의료비 때문에 협상하며 보낼 시간이 없어요. 더구나 의사가 모든 분야를 다 잘할 수는 없거든요. 경영·회계·법률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자신은 오로지 환자를 진료하는 데 집중해야죠. 그런데 치과의사협회는 유디치과가 불법 피라미드 조직이라며 의료계 퇴출을 공언하고 있습니다. 이젠 치과의사협회가 변해야 합니다. 유디치과는 다시 옛날로 돌아갈 수 없어요. 또 스케일링은 의료보험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스케일링을 의료보험에 포함시켜도 치과의사들은 망하지 않거든요. 아직 치과의사들이 먹고살 영역이 많습니다.”
 
김 원장을 제외한 유디치과 그룹에 몸담은 다른 의사들의 생각은 어떨까? 유디치과 용인동백점 백영걸 원장이 쓴 글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백 원장은 지난 6월 열린 시덱스(SIDEX)라는 서울 국제치과기자재 전시회와 종합학술대회에 참가했다가 같은 대학 출신 의사들의 냉대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 뒤에 그는 대학 동기들이 만든 인터넷 카페에 이런 글을 남겼다.
 
“나는 치과의사다. 1985년에 학교를 졸업하고 치과의사 면허증을 받은 이래로 난 오랜 세월을 치과의사로서 살아왔다. 그것도 아주 미련하고 고집스러운, 어떤 면에서는 바보 같기도 한 모습으로 살아온 치과의사다.
 
1996년 4월 1일부터 2011년 4월 14일까지, 15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여의도에서 개원의 생활을 하면서, 내가 스스로 다짐하기도 하고 나와 적게는 7년 이상, 길게는 10여 년 넘게 함께 지내온 세 명의 직원에게 가끔 이야기하던 것이 있었다.
 
‘내가 장사를 하게 되거나, 아니면 내가 환자들에게 장사치 취급을 받게 되는 때가 바로 내가 병원을 문 닫는 날이다.’
 
수년 전 아침에 네 명의 세무공무원이 들이닥쳐 열흘간 세무조사를 한다는 공문을 내밀 때 ‘내가 이 한순간을 위해서 지난 10여 년간 한 푼도 어김없이 세금 신고를 해왔는데’라고 생각하면서 당당할 수 있었다. 나는 분명 병원 경영이나 절세나 이윤 추구 면에서는 자격이 없는 개원의였던 것 같다. 열흘간의 세무조사를 마친 후 나흘간 추가 조사를 받은 결과물로 병원에 걸리게 된 성실납세자 상패가 그걸 말해준다.
 
(유디치과에 온 후) 나 홀로 개업의로서 지낼 때보다 더 많은 수입을 얻고 있다. 더 많은 환자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좋은 진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도 내가 이 길(유디치과 용인동백점 원장)을 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다. 더 이상 내 수입을 위해 진료를 타협하지 않아도 좋기 때문이다.
 
혼자 개업하면서 사용해보지 못했던 고가의 질 좋은 기구와 재료들이 풍부해서 언제라도 사용할 수 있는 풍요로움을 느끼고 있다. 요즘 진료를 신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원동력이다. 비록 두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병원 직원들에게 나의 진료 철학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고, 많은 환자들로부터 신뢰를 받아가며 최선을 다해 진료에 임하고 있다. 쉽지 않겠지만, 묵묵히 내가 결단한 길을 소신을 갖고 걸어가련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라고들 말하지만 김종훈 원장은 해가 거듭될수록 자신이 걸어온 길이 옳다고 확신한다. 그는 “누구보다 환자들이 진실을 더 안다”고 말했다. “지난 20년간 늘 환자의 불만을 어떻게 하면 해결해줄 수 있을까, 연구하고 또 연구해왔어요. 무료 스케일링과 값싼 임플란트 시술, 치과위생사를 활용한 신속하고 친절한 진료서비스는 제가 생각해낸 ‘고객 만족’의 방법이었어요.” 그의 도전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유디치과와 대한치과의사협회의 쟁점은?
 
대한치과의사협회와 유디치과가 티격태격해온 문제는 세 가지다. 우선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유디치과가 쓰는 치아 보철물(합금 제품 ‘T-3’)에 발암물질인 베릴륨이 포함됐다”며 “값싼 재료를 이용해 큰 이익을 남긴다”고 주장했다. 유디치과의 임플란트가 다른 치과에 비해 싸지만 값싸고 몸에 해로운 재료를 사용하기에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유디치과는 “T-3는 환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미국은 베릴륨 함유 기준이 2% 이하인 반면 우리나라는 일본과 몇몇 유럽국가의 기준인 0.02% 이하를 따르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 싸움은 식약청의 조사로 일단락됐다. 식약청은 “치아 보철물의 베릴륨은 치과 기공소의 기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증기를 마실 경우에만 몸에 나쁘다”며 “치아 보철물을 심은 환자에겐 위해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둘째,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유디치과가 값싼 임플란트와 무료 스케일링으로 환자를 유인해 결국은 과잉진료를 한다”고 주장했다. 유디치과는 “임플란트 비용을 낮춘다고 해서 치과가 망하진 않는다”며 “스케일링만 제대로 해도 95%의 구강질환이 예방된다”고 맞섰다. 이어 “과잉진료는 음해에 불과할 뿐 공정한 자리가 마련된다면 시험에 참여해 시비를 가리겠다”고 말했다.
 
셋째,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유디치과는 의료법의 ‘의료인 1인 1곳 개설’ 원칙을 위반한다”며 불법 네트워크 치과라고 주장했다.
 
이에 유디치과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의료법의 ‘1인 1곳 개설’ 원칙을 따른다. 김종훈 대표원장은 다른 지점에 투자된 부동산을 소유할 뿐 의료행위는 각 지점의 원장과 의사가 한다”고 해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유디치과는 의료법의 ‘1인 1곳 개설’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